이탈리아 살루초(Saluzzo)의 후작 월터(Walter)는 통치자로서는 훌륭했지만 너무 오래 싱글 라이프를 즐기며 버텨오다가 백성의 간곡한 설득 하에 드디어 결혼을 하기로 한다. 그가 백성에게 내건 조건은, 백성들이 자신이 결혼상대로 누구를 선택하든지 전적인 지지와 신뢰를 주는 것이다. 이에 월터는 외모와 성격은 훌륭하지만 별 볼 일 없는 배경의 시골 아가씨인 그리젤다(Griselda)를 찾아간다.


그리젤다는 아버지를 충실히 보살피며 쉴새 없이 부지런하게 일하는 마음씨 고운 아가씨였는데, 월터는 왔다갔다하면서 그녀를 눈여겨 본 바 있었다. 월터는 그리젤다의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은 뒤 공식적으로 청혼을 하고, 목숨까지 담보로 하는 무조건적인 충성의 약속을 받아낸 뒤 원래 입고 있던 비루한 옷을 벗기고 새로이 화려하게 치장시켜 자신의 성으로 데려간다.


그리젤다는 무척이나 훌륭하게 후작부인 역할을 해낸다. 그리젤다의 출신이 비천하다는 사실 따위는 모두 잊어버리게 될 정도로 기품 있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먼 나라에서도 그녀의 유명세를 듣고 얼굴을 보러 온다. 심지어 월터가 자리를 비웠을 때 순조롭게 대신 통치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 노릇을 한다. 하지만 첫 아이인 딸을 낳고 나서 월터의 마음에는 이상한 욕망이 돋아, 그리젤다를 굳게 믿으면서도 그녀의 충성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변태적인 충동에 휩싸인다. 월터는 그녀에게 자신이 그녀를 어떻게 미천한 지위에서 이 자리까지 오게 했는지, 또 결혼할 당시에 그녀가 어떤 서약을 했는지를 상기시키며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고, 백성들이 험담을 한다는 빌미로 아직 갓난아기인 딸을 빼앗아가겠다고 한다. 그리젤다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태연히 대답한다.


    'All lies at your disposal, sir,' she said,
    'What you wish shall wholeheartedly be obeyed.
    My child and I are yours; and you may kill
    Or spare what is your own; do as you will.'
    '모든 것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어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온 마음 다해 순종하겠어요.
    내 아이도 나도 당신의 소유이니, 당신은 죽이거나
    살리거나 자유롭게 하실 수 있어요. 뜻대로 하세요.'

이에 월터는 험상궂은 군인을 보내 잔인하게 아기를 데려가고, 죽인 척 하며 자신의 친척 집으로 빼돌린다. 그리젤다는 태도의 변화 없이 계속해서 훌륭한 부인 노릇을 한다. 월터의 욕망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아서, 두 번째로 태어난 아들도 똑같이 빼앗아가고, 급기야는 그리젤다와 파혼한 뒤 젊고 명망 높은 여자와 재혼하겠다고 선언하지만 그리젤다는 여전히 반항하는 기색도 없이 버티며 끝까지 충성을 지킨다. 심지어는 재혼식 연회장과 신혼방까지 그리젤다가 직접 꾸미게 시키지만 그녀는 오히려 결혼을 축하하고 새로운 신부의 미모를 칭찬하며 월터에게 새 부인에게는 자신에게보다 좀 더 부드럽게 대해줄 것을 부탁하기까지 한다.

월터는 이내 모든 의혹을 접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사실대로 모두 털어놓는다. 재혼식장에 그가 데려온 아이들이 여태 무사히 다른 나라에서 지내다 온 그녀의 딸과 아들이라는 것까지 밝혀지자 그리젤다는 기쁨에 겨워 기절하고 만다. 부부와 두 아이가 다시 화합되고 월터와 그리젤다는 훌륭하게 통치하며 행복하게 살다 죽고, 딸은 시집 잘 가고 아들은 대를 잘 잇는 모습을 그리며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15. OXFORD SCHOLAR'S TALE을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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