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영향을 준 글들


콘스탄스에 대한 법률가의 이야기도 여러 다른 이야기들이 그렇듯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글과 이야기들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다고 한다.


- Nicholas Trevet's AngloNorman tale of Constance

- Boccaccio's Decameron V.2

- John Gower's tale of Constance in his Confessio Amantis Ⅱ, lines 587-1598


등의 글들이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민간버전 이야기에는 근친상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초서는 오해를 피하고자 본 이야기 전부터 그런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구절을 넣고 있기도 하다.


  ‘You can be certain he writes not a word

  About that dreadful tale of Canace

  Who once loved her own brother sinfully;

  (And Shame on such damnable tales, say I)

  Nor tells the story of Apollonus

  Of Tyre, and how King Antiochus

  Despoled his daughter of her maidenhead (115)


둘째. 중세의 세계관


법률가 이야기에도 중세의 세계관이 반영된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별자리가 운명을 점지한다거나 천구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


  Perhaps it was inscribed in that great book

  Which people call the sky, set out in stars

  When he was born, that it should be his luck,

  His destiny to die for love, alas!

  For in the stars, clearer than in a glass,

  Is written, for whoever cares to read,

  The death of every man; no doubt of it. (118)


술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사랑 때문에 죽을 것임이 이미 별자리에 새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O Primum Mobile, you unpitying sphere,

  Whose diurnal eternal motion sways

  All things from east to west, and every star,

  That naturally would go the other way!

  Your thrusting set the heaven in such array

  That at the outset of this grim voyage,

  Unfavourable Mars blasts the marriage.


  Aries presages, with his oblique ascent,

  Misfortune; cadent Mars, helplessly thrust

  Out of his angle into the darkest house,

  Is in this case a baleful influence.

  O powerless Moon, how feebly you are placed

  In conjunction with no favourable sign,

  Thrust from the auspicious to the malign! (121-122)


이 구절에서는 Primum Mobile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sphere가 별과 달과 우주를 움직인다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화성과 백양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콘스탄스의 운명이 역시 별의 위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장르적 특성


콘스탄스는 글에서 로마에서 이슬람을 거쳐 영국까지 아주 먼 거리를 여행하며 고난을 겪는다. 고귀한 인물이 고향을 떠나고 여행과 모험 끝에 다시 가족을 이룬다는 내용은 당시 많은 로맨스(Romance)와 유사한 전개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신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하며 이교도 지역에 단신으로 건너가 고초를 겪으며 그들을 개종시키는 내용 전개는 성인전(Hagiography)의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법률가의 이야기는 로맨스의 전통과 성인전의 전통이 적당히 섞인 장르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슬람교도와 결혼하게 되는 기독교인, 여성을 배에 홀로 태워 흘려보내는 형벌이나 이런 배가 마술적 힘으로 인도되는 내용 등은 당시에 이미 자주 사용되고 있던 플롯이라고 한다.


넷째. 여성에 대한 시각


여성인 콘스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시각을 많이 살펴볼 수 있다. 콘스탄스는 처음 로마를 떠나게 되는 이유가 이미 남성적 세계질서 속에서 거래되는 존재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여행의 방식도 대단히 수동적으로 버려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사건도 구조되고 도움 받고 우연히 만나는 식으로 발생하여 능동적인 측면이 매우 적다. 노섬버랜드 지역에서 처음 만난 성주와 그 아내 헤르멘길드를 개종시킨 장면 정도가 그나마 적극성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모습에서 당시 여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술탄의 어머니와 알라 왕의 어머니 두 인물이 모두 여성이며 이들이 콘스탄스의 역경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젊은 기사 역시 콘스탄스를 곤경에 빠트리기는 하지만 두 여성에 대한 묘사는 인물소개 파트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에 대한 설명은 단순히 개인에 그치지 않고 여성 비하적 이야기로 전개되므로 법률가의 이야기가 여성을 억압적으로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서의 다른 이야기들(The Oxford Scholar's Tale, The Wife of Bath's Tale 등)에서는 전혀 다른 맥락의 접근 방식으로 기존 관습을 뛰어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와 비교해서 이해해 볼 수 있다.


다섯째. 이야기하는 가치


기본적으로 성인전(Hagiography)에 바탕을 두고 있어 기독교적 가치들이 지속해서 강조된다. 젊은 기사가 복음서 앞에 자신의 무죄를 선언하자 미지의 손이 나타나 그의 목을 치는 장면은 기독교 신이 가장 직접적으로 개입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콘스탄스가 이교도 지역을 여행하며 시리아의 술탄은 물론이고 헤르멘길드와 그 남편, 그리고 알라 왕까지 기독교로 개종시키고 있는 측면은 이야기가 기독교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확실히 드러낸다.


또한 행복 뒤에는 불행이 찾아온다는 것을 경고하는 소재도 들어가는데 콘스탄스와 재회한 알라 왕이 1년 만에 죽고 마는 마지막 대목이 특히 그렇다. 이 외에도 순결의 가치도 강조하고 있는데 콘스탄스가 알라 왕과 결혼하고 잠자리를 갖는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대단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옹호하는 데 이것은 그만큼 순결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섯째. 왜 법률가의 이야기인가?


이 이야기를 왜 하필 법률가가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건데 처음에는 도대체 왜 법률가의 이야기인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주제를 법률가의 생각과 연결시켜보고자 한다면 몇가지 시도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합해 보이는 것은 로마 사회의 질서와 기독교적 질서가 강조되는 이야기가 법률가의 정서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해볼 수 있다. 주인공 콘스탄스를 억압하는 사회질서와 기독교적 신이 부여하는 운명이 일종의 법이며 더구나 콘스탄스가 바로 이 기독교적인 질서와 로마의 사회적 질서를 전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법률가의 구미에 맞았으리란 것이다.


나의 별점: ★★★☆☆


법률가 이야기는 콘스탄스가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기독교적 가치를 전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으로서 시대의 가치를 전파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실은 콘스탄스 역시 여행길에서 항상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더구나 콘스탄스를 가장 큰 시험에 들게 하는 두 인물이 시리아 왕의 어머니와 도네길드이며 이들이 각각 로마 황제와 알라 왕에게 제압당하는 것에서 남성 중심 세계관이 여실히 드러나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직업에서 명예를 얻은 법률가 여서 그럴까 사회 전복적이거나 새로운 시각을 말해주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보수적으로 기독교적 가치와 로마 사회라는 문명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와중에 언뜻 비추는 삶의 덧없음에 대한 인식은 흥미롭다. 당시 전통적인 글들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흥미로운 것이지만 현대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에 별 세 개를 준다.


9. WIFE OF BATH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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