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1. She definitely showed "what women want"!


평가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일단 그녀에게 받은 인상부터 말해야겠다. 부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녀의 몸짓, 목소리, 표정 등에 매료되어 사실상 평가를 내리기 보다는 “와, 이 시절에 이런 목소리를 내는 여자도 있었단 말이야?!”하면서 부인의 말에 심취해 있었던 편이었다. 여장부답게 자신의 경험으로서 권위를 내세우고, 이야기 속에서 강조점을 확실히 하기위해 이런 저런 서언들을 끌어 사용하는 듯 확실히 설득력 있는 목소리였다. 남자의 입장에서 들으니, 그녀가 내세우는 “남편에 대한 완전한 장악(주도권)”이 조금 무섭고 거세게 들려오기도 했는데 그 당시 순례객들이 들었을 때는 충격이 작지 않았을 듯하다.

어찌되었든 그녀는 명백하게 “여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해 프롤로그와 한 기사의 이야기를 통해 답을 주었으며, 교회로부터 억압받고 있었던 여성들의 성적, 심리적 욕구를 시원하게 대변하고 있었기에 통쾌한 느낌도 들었다. 여자들은 정숙하고, 성스럽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당대의 시대적 분위기와 교회의 반 여성주의를 당차게 거부하면서 그녀는 중세의 세계관을 전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아서왕은 부인인 왕비의 의견에 복종하고, 남자들 대신 궁정의 귀부인들이 재판관 노릇을 하는 모습, 뿐만 아니라 젊은 처녀의 신성한 정조를 범한 기사의 강간죄가 다른 늙은 여자의 구원을 받는 등 그녀의 이야기에서는 전통적인 남성의 권력과 기존의 가치관이 주도권이 역전되는 것을 잘 보여준다.

평가 2. 성경이나 서적들에서의 인용과 해석이 의심스러운데...

그녀는 분명 설득력 있는 달변가이다. 그녀의 말은 물이 흐르듯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의심해볼 만한 부분들을 놓치기 일쑤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것은 과연 부인이 주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가져오는 성경이나 책의 구절들의 맥락이 정말 부인의 이야기와 맥이 일치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들이다. 그녀의 여러 차례의 결혼과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하기 위해 바스 부인은 성경에 밝혀진 하나님의 말씀을 세심하게 인용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종종 혼동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그리스도가 갈릴리 가나의 결혼식에만 오직 한 차례 갔다는 사실로 결혼은 한 번만 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녀는 그리스도가 가나의 결혼식에 참석한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 또한 그녀가 하는 “살아가는 동안 남편에 대한 권리는 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말은, 고린도전서 7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사실 이 말은 여성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동일하게 대구를 이루며 말해지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 입장에 유리한 말만 가져와 쓰고 있다.

더 재밌는 것은 여성 권력을 피력하는 부인이 주장의 대부분의 근거를 두고 있는 책이, 당시 유명한 로마의 반 여성주의 신학자 St. Jerome의 책이라는 것이다. 그 속에는 여 수녀원장인 Heloise를 비롯해 Tertullian, Chrysippus 등 여성 혹은 결혼에 대해 부정적, 공격적 태도를 지닌 대표적 인물들의 글들이 수록되어있다.

물론 이런 사실들로 인해 그녀가 생각이나 판단력이 모자라거나 우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성경 지식은 자신의 노력이나 독서 경험에 의한 것 보다는 책을 좋아하던 다섯 번째 남편에게서 어떻게 들었거나 또 자신이 읽었던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머릿속에 저장했기 때문에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평가 3. 당당하고 뚜렷한 주관, 하지만 결국 시대의 한계 내에 있는 애처로운 모습도.

그녀는 발칙하고 항상 당당하지만 한편으로 애처롭기도 했다.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든 부인이고, 그가 사악한 부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들어야 하는 잔인한 상황 속에서도 이전의 남편들과는 대조되게 젊고 생기 있는 Jankin에게 제일 마음을 끌려하고 사랑과 재산 등을 바치려는 모습이 그러했다. 그녀는 당당하게 여성의 주도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주도권을 보장받는 즉시 남편에게 희생하고 순종할 준비가 되어있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도, 그 늙은 여인에게 결정권이 넘어간 이후, 이야기의 결말은 결국 “그(기사 남편)에게 만족과 기쁨을 줄 수 있도록 (그녀는) 모든 일들에 있어 복종”을 하였다는 것이다. 당시에 여자들은 흔히 거의 괴물처럼 묘사되었고, 그들은 성적으로 만족할 줄 모르고 음탕하며 입버릇이 나쁜 것으로 그려졌다. 그러한 인식 가운데서 부인이 목소리를 내고 있고, 결국 그녀의 권위의 근간이 되는 경험이란 것도 중혼을 통하여 여러 명을 대상으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당시 사람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생식을 위한 성행위만이 정당화 되었던 중세시대, 여성을 거의 성녀와 악녀 두 가지로 구분하고 어찌되었건 부인 또한 성녀가 되지 못한 이상 세속적이고 타락한 여성의 카테고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테니 상황 자체가 안타깝다 할 수 있겠다.

평가 4. 그럼에도 그녀는 매력적인 캐릭터!

그녀는 학문적이고 책 속의 낡은 교훈들보다는 경험을 선호한다. 그 시대의 사회적 관습이나 교회의 속박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을 피해 비난의 여지를 그나마 줄였다.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인간으로서 ‘욕구’를 숨기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본연적인 갈망을 자유롭고 여과 없이 드러내는 모습에서 용기를 높이 살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인간 마음의 심층부를 놀랍게 묘사하는 표현력은 그녀를 대단히 생기 넘치고 발랄하며 정력적인 캐릭터로 만든다. 비교적 엄격하고 시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순례자들에게 열려있지 않은 열정, 그리고 인생을 아우르는 힘을 허락받은 듯이, 그녀는 자신이 변화시킬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함에도 즐길 수 있는 것은 충분히 즐기는 그런 재미있고 구성진 삶을 살고 있다. 

나의 별점: ★★★☆☆

어떻게 평가를 내리다보니 부인의 이야기에서 부인 자체에 대한 나의 인상과 평가로 가고 있었다...! 음, 그녀의 이야기 자체는 몇 군데 수상쩍은 것을 제외하면 재미있고 또 일부분 교훈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교훈적인 것은 그 늙은 여인이 (갑자기 이런 설을 풀어내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가난과 신분의 참 의미를 알고 덕망 있는 행위와 마음가짐을 중시하며, 주님의 은총을 기뻐하고 고난을 받아들이는 인생을 살 것에 대한 부분이 특히 그러했다. 한편 늙은 여인의 이런 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남성의 판타지에 맞게 예쁘지만 정숙하지 못하지도 않은 그런 여자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부분에서 의아하기도 하고, 결국 강간을 했던 기사에게 별 탈 없이, 오히려 행복한 결말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마음 편하지 많은 않다. 그녀의 프롤로그에서도 드러났지만 본 이야기에 들어가니 역시나 부인에게는 주권과 자유에 대한 욕망과 동시에 남성과 당시 시대 흐름에 대한 모종의 복종성, 순종성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계라면 한계라 말할 수 있겠다. 현대적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한계점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분명 큰 반향이었을 테니... 그녀의 주장은 확실히 shocking하다. 한편 평가자인 나 Host 역시도 남성의 입장에서 결국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이 귀결된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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